와호장룡, 대나무 숲 위를 날아다니는 장면 하나로 기억돼요
무협 영화 중에 서양에서까지 크게 인정받은 작품이 있어요. 아카데미상을 여러 개 받은 무협이라니, 좀 특별하잖아요.
대나무 숲 위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 얘기를 해볼게요.
영화 정보
제목: 와호장룡 (臥虎藏龍 /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개봉: 2000년
감독: 이안
주연: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제작: 중국·홍콩·미국·대만 합작
장르: 무협, 로맨스, 드라마
비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 수상
순수 홍콩 영화는 아니에요
먼저 짚어둘 게 있어요.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순수 홍콩 영화는 아니에요.
중국, 홍콩, 미국, 대만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거든요. 감독인 이안은 대만 출신이고요. 그래도 홍콩 무협의 전통을 잇고 주윤발, 양자경 같은 홍콩 스타가 나오니까, 홍콩 영화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돼요.
그리고 이 영화, 서양 관객까지 겨냥해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무협인데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에요. 무협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어졌거든요.
줄거리는 명검을 둘러싼 이야기예요
청나라 시대, 청명검이라는 이름난 검이 이야기의 중심이에요.
협객 리무바이(주윤발)랑 유수련(양자경)은 서로 깊은 감정이 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이예요. 이 절제된 감정선이 화양연화 같은 왕가위 영화를 떠올리게도 해요.
여기에 장쯔이가 연기한 젊은 여인 교룡이 얽혀요. 자유를 갈망하는 이 캐릭터가 명검을 훔치면서 이야기가 크게 움직이고요. 결국 이 영화는 무협의 껍데기 안에 사랑이랑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대나무 숲 장면이 전설이에요
이 영화 하면 다들 대나무 숲 결투를 얘기해요.
두 사람이 휘어지는 대나무 위에 올라서서 싸우는 장면인데,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잎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어우러져서 정말 우아해요. 액션인데 마치 춤 같아요. 이 장면 하나로 이 영화가 기억된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찾아보니까 이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무협의 거장 호금전 감독의 옛 작품에 나온 대나무 결투를 오마주한 거래요. 이안 감독이 그 거장에게 바치는 헌정이었다고 하고요. 앞에서 소오강호 얘기할 때 나왔던 그 호금전이에요.
이 영상미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촬영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어요. 무협 영화가 서양 최고 시상식에서 이렇게 인정받은 건 흔치 않은 일이에요.
무협을 모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정리하면 이래요. 명검을 둘러싼 무협이지만, 실제론 절제된 사랑이랑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린 작품이에요.
대나무 숲 결투로 대표되는 우아한 영상미가 이 영화의 핵심이고, 그 뿌리에는 무협 거장에 대한 헌정이 담겨 있어요.
서양 관객까지 겨냥한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서, 무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고요.
개인적으론 무협은 좀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사람한테 이 영화를 제일 먼저 권해요. 액션이 아름답고 이야기도 보편적이라, 무협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거든요. 대나무 숲 장면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해요.